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깜깜절벽 - 치매행致梅行 · 279

洪 海 里 2017. 9. 3. 08:45


깜깜절벽

- 치매행致梅行 · 279


洪 海 里



아내여, 그곳에도 시간이 있긴 한 것인가

어딘가로 흘러만 가고 있는가

사랑과 관심에서 질투와 미련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돌고 돌아

침묵과 고독의 하루 하루로 이어지는 길인가

그곳도 꽃 피고 새가 우는 곳인가

아니면 연습과 훈련이 필요 없는 깜깜세상인가

길가에 버린 꿈을 찾으며 어디서 놀고 있는

마음속 품고 있던 사랑의 집 한 채

어디다 버려두고 누워만 있는가


초야가 아니라도

꽃잠처럼 다디단 꿀잠에 빠져

내게 이리 깜깜절벽인 것인가

어찌 대답이 없는가, 아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