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 치매행致梅行 · 278
洪 海 里
"큰돈 쳐들여 좋은 병원에 보냈는데
왜 자꾸 집에 가자는 거야!"
곱게 차려입은 꼿꼿한 어머니에게 내뱉는
잘난 딸년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다
곧 이어 두 사람 앞에 검은 승용차가 멎자
여자는 차창 안으로 흰 봉투를 던지며
"이젠 오빠가 알아서 해!"
혀끝에 칼날을 번뜩이며 돌아서 간다
"엄만 왜 자꾸 집에 오려고 하는 거야!"
집에 있는 아내가 겁이라도 나는가,
헌칠한 사내 차에서 내려 하는 말
찌증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걸 지켜보던 여자 중학생들,
"저 죄를 어찌 다 받으려고 저럴까?
병원에 있다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옆을 지나던 내가 찔끔,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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