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부끄럽다 - 치매행致梅行 · 278

洪 海 里 2017. 8. 30. 09:08

부끄럽다

- 치매행致梅行 · 278


洪 海 里




"큰돈 쳐들여 좋은 병원에 보냈는데

왜 자꾸 집에 가자는 거야!"

곱게 차려입은 꼿꼿한 어머니에게 내뱉는

잘난 딸년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다


곧 이어 두 사람 앞에 검은 승용차가 멎자

여자는 차창 안으로 흰 봉투를 던지며

"이젠 오빠가 알아서 해!"

혀끝에 칼날을 번뜩이며 돌아서 간다


"엄만 왜 자꾸 집에 오려고 하는 거야!"

집에 있는 아내가 겁이라도 나는가,

헌칠한 사내 차에서 내려 하는 말

찌증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걸 지켜보던 여자 중학생들,

"저 죄를 어찌 다 받으려고 저럴까?

병원에 있다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옆을 지나던 내가 찔끔,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