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씹는 맛이 있어야지 - 치매행致梅行 · 280

洪 海 里 2017. 9. 3. 19:55

씹는 맛이 있어야지

- 치매행致梅行 · 280


洪 海 里



음식은 씹는 맛인데

입 안에 음식을 넣지도 못하고

관[tube]으로 삼키는 맛

아내여, 무슨 맛이 있긴 있는가


이것도 식사라고 해야 하나

밥 먹는 거라고 할 수 있나

아내는 이러고 누워 있는데

아귀같이 먹고 마시는 나는 무엇인가


미안해, 미안하다 말만 만드는

어리석고 못난 지아비를 용서해 다오


아니, 용서하지 말아 다오

절대, 용서하지 말아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