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치매행致梅行 · 354
洪 海 里
이별은 이 별을 떠나
하늘에 불을 밝히는 것
등 하나 만들어
허공에 다는 일
어느 날 문득
없던 별 하나 반짝이고
밤하늘에 그리움 엮는
늙마의 나날
등 하나 만들어
별로 띄우는 연습을 하네!
검은 바닷물이 모든 밝음을 빨아들이고 나면
물에 녹아버릴 하얀 글씨를 모래에 써 봅니다.
잊는다 못 잊는다 온전히 사랑한다.
햇빛 비추고 모래가 하얘지면 지워질 시를
새하얀 글씨로 허무하게 허무하게 흘려봅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시: 조지훈 ‘민들레꽃’.(동아일보 2018. 12. 6.)
민들레꽃
조 지 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距離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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