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수의에는 왜 주머니가 없는가 - 치매행致梅行 · 360

洪 海 里 2018. 12. 15. 10:36

수의에는 왜 주머니가 없는가 

 - 치매행致梅行 · 360

 

洪 海 里

 

 

 

 

뼈는 바위가 되어 산으로 솟고

 

살은 흙으로 돌아가 논밭이 되리라

 

피는 물이 되어서 강과 바다를 이루고

 

숨은 바람이 되어 푸나무들 숨통 틔우고

 

넋은 비잠주복의 생명이 되어 뛰어놀리라

 

주머니는커녕 수의인들 무슨 필요가 있으랴!

 

 

* 감상

떠나는 날에는 돌아보지 않기로

내 뼈 한 조각에

내 살 한 점에

내 숨 한 모금에는

사랑한 기억만 남기노라

 

떠나는 날에는 붙잡지 않기로

하늘에 나는 새와

헤엄치는 물고기와

광야를 달리는 짐승과

은밀하게 기어다니는 벌레들에게

내 시를 돌려주노라

 

누군가 불을 켜는 저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붙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어디선가 내 시를 읽는 이

당신이 남긴 시를 읽는 이

또 시인의 집을 짓고 살고

 

- 금강하구사람

  http://blog.daum.net/rmarkdgkrntkfka<금강하구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