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홍해리님 불로그(다움)
달항아리 洪 海 里
백자대호나 원호라는 명칭은 너무 거창하다
좀 촌스럽고 바보스런 달항아리
우리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
넉넉하고 봉긋한 그 배가 아니겠는가
먹을 것 없어 늘 배가 비어 있어도
항아리는 배가 불룩해서 그지없이 충만하다
달이 떠서 밝아도 보름이고
달 없는 칠흑의 밤에도 보름달이다
문갑 위에 놓으면 방 안에도 달이 뜨고
아버지 가슴에도 달빛이 환하다
찬장 위에서 가난을 밝히는 달항아리
그것을 바라다보는 마음마다
이지러졌다 다시 차오르는 달로 뜬다
어린 자식의 응석을 다 받아주고 품어 주는
어머니가 항아리를 안고 계신다
세상 사는 일 가끔 속아 주면 어떤가
어수룩하다고 바보가 아니다
어머니가 항아리 속 아버지 곁에 계신다.
* 白磁大壺와 圓壺는 달항아리의 다른 이름.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계간《시안》2013. 여름호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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