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번역시

난의 전설

洪 海 里 2019. 1. 4. 07:58

        전설
        洪 海 里

        너는 하늘을 나는 새였다

        네 날개가 날다 지쳐 꽃이 되었다

        뿌리로 변한 네 발도

        하늘을 잊지 못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한여름 삼복 중에 돋기 시작한 날개

        가을을 날고 겨울을 돌아

        해마다 봄이 오면 솟아오른다

        하늘을 잡던 네 깃이 잎이 되었다

        천년만년 살고지고! 하지만

        어느 천년에 사랑이 이루어지겠느냐

        첫 년이면 추억도 천년이겠지만

        네 가슴속엔 무엇이 들어 있어

        난은 오늘도 홀로 푸르른가.


        -홍해리 꽃시집『금강초롱』(도서출판 움,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