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우중관매雨中觀梅

洪 海 里 2019. 3. 31. 07:59

우중관매雨中觀梅


洪 海 里




1960년 4월 19일

탕탕탕! 꽃잎이 하얗게 지고 있었다

후둑후둑 봉오리째 떨어지고 있었다


2019년 3월 30일

국립4·19민주묘지

매화꽃은 푸를 듯 희게 피었는데

비가 오다 우박이 쏟아지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날 떨어진 꽃잎인가

젖은 매화 향기가 너무 무겁다

낯선 행복을 찾아가는 길

얼마나 먼먼 소식인가

한 송이 매화가 전하는 말을

차마 내 귀는 듣지 못하네


'향기를 본다[觀香]'든가

'꽃을 듣는다[聞華]'는 말

시인에게 사치인 것이 분명하다

꽃나무 아래 망연히 서 있는 한 시인

"젖은 꽃이 더 아름답네요!" 하자

금세 하늘이 개고 푸른 빛이 감돌았다.





* 국립4·19민주묘지의 만개한 청악매靑萼梅가 비에 젖고 우박에 총 맞듯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201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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