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흔들다 가다
洪 海 里
한 바람 일으키던
여름 한철이 한평생이었다
화장은 다 지워지고
민낯을 드러낸 채
살은 이미 흐물흐물해지고
뼈마디마다 골다공증으로 삐걱거린다
설미쳤는지 실실대며
힘 없는 하품만 뱉고
아무리 흔들어 대도
바람을 피우지 못한다
청춘의 한때는 가고
쿨럭쿨럭 헛기침만 뱉어내다
풍력이 다해 이냥 헐떡이고 있다.
- <초고>
나이 겨우 한 살인데
아무리 흔들어 대도
바람은 나지 않고
쿨럭쿨럭 기침만 온몸으로 뱉고 있다
한 바람 일으킬 때 좋았지
살은 이미 흐물흐물해져
맥도 못 추고
뼈마디는 골다공증으로 삐그덕댄다
화장은 다 지워지고
민낯이 드러난 채
설미쳤는지 실실 웃고 있다
하품만 해 쌓는 신세 타령이 길다
갈 때가 되었는데 갈 데는 있나
바람도 못 피우는 초라한 신세
나달나달 너덜너덜
치사 찬란한 한평생이었다
청춘은 이렇게 불타다 가고
풍력 다한 세월이 이냥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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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이야기
누군가
정성을 다해
대를 쪼개고 다듬어
기틀을 다지고
살을 붙여
바람왕국을 이룩했다
나는 왕국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한 해가 가기 전에
망국의 한을 품게 되었다
내가 바람인지도 모를 일
무지막지하게 흔들다 보니
내가 자초한 슬픈 종말
누굴 탓하랴
부채여,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