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그녀 흔들다 가다

洪 海 里 2019. 8. 2. 07:51

그녀 흔들다 가다

 

洪 海 里

 

 

한 바람 일으키던

여름 한철이 한평생이었다

 

화장은 다 지워지고

민낯을 드러낸 채

살은 이미 흐물흐물해지고

뼈마디마다 골다공증으로 삐걱거린다

 

설미쳤는지 실실대며

힘 없는 하품만 뱉고

아무리 흔들어대도

바람도 피우지 못한다

 

청춘의 한때는 가고

쿨럭쿨럭 헛기침만 뱉어내다

풍력이 다해 이냥 헐떡이고 있다.

 

 

 

  •  <초고>                                                                                                                                                                                       

 

부채, 그녀 흔들다 가다 / 洪海里

나이 겨우 한 살인데
아무리 흔들어 대도
바람은 나지 않고
쿨럭쿨럭 기침만 온몸으로 뱉고 있다

한 바람 일으킬 때 좋았지
살은 이미 흐물흐물해져
맥도 못 추고
뼈마디는 골다공증으로 삐그덕댄다

화장은 다 지워지고
민낯이 드러난 채
설미쳤는지 실실 웃고 있다
하품만 해 쌓는 신세 타령이 길다
갈 때가 되었는데 갈 데는 있나

바람도 못 피우는 초라한 신세
나달나달 너덜너덜
치사 찬란한 한평생이었다

청춘은 이렇게 불타다 가고
풍력 다한 세월이 이냥 흔들린다.

 

***********************

 

부채 이야기

 

 

누군가

정성을 다해

대를 쪼개고 다듬어

기틀을 다지고

살을 붙여

바람왕국을 이룩했다

나는 왕국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한 해가 가기 전에

망국의 한을 품게 되었다

내가 바람인지도 모를 일

무지막지하게 흔들다 보니

내가 자초한 슬픈 종말

누굴 탓하랴

부채여,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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