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노인전문요양원 - 치매행致梅行 · 412

洪 海 里 2019. 10. 29. 12:58

노인전문요양원

 - 치매행致梅行 · 412

 

洪 海 里

 

 

 

고려장이라는 말,

감옥 또는 수용소라는 말

왜 자꾸 이 말이 떠오르는 것인가

 

이제 요양원으로 보내자

생각하고 나서

돌아서면 그게 아니고

 

며칠 생각하다 보면

또 그게 아니니

 

우이동천牛耳洞天으로 갈 것인가

동천을 찾아가 볼 것인가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그런 곳이 있긴 있을 것인가.



* "숨 멈춰야 해방되는 곳, 기자가 뛰어든 요양원은 '감옥'이었다"

기자가 한 달 동안 요양보호사로 일했지만 ‘돌봄’을 제공하진 않았다. 그저 딱 필요한 만큼의 ‘처치’만 이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떻게 잘 돌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식사 시간 10분 전, 똑같은 앞치마를 둘러매고 반쯤 올린 침대에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밥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소름 끼칠만큼 일률적이었다.
기자가 한달 동안 지켜본 요양원은 오직 죽어야만 ‘퇴소’할 수 있는 수용소였다.
요양원에 입소한 각자의 사연은 달랐지만, 요양원에 들어오는 순간 바깥 세계와 단절되는 건 모두가 같았다. (...)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기도 했다.
치매 환자들의 과민 반응과 폭력성은 일몰이 다가올수록 심해졌다. ‘석양증후군’ ‘일몰증후군’이라고 했다. 하루의 끝이 생의 끝으로 여겨지는 걸까.
치매 환자와 일반 환자를 같은 방에 둘 경우, 일반 환자의 인권과 권리가 훼손되고 치매 환자는 치매 환자대로 집중 케어가 어렵다.
특히나 한 방에 있다는 건 서로의 알몸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할수록 수치심이 클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거나, 건강이 나아졌거나 등 다른 이유로 요양원을 벗어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가족들은 전문적인 돌봄을 받으며 사시라고 노인들을 요양원으로 보낸다. 하지만 요양원에 들어온 노인들은 하루만이라도 더 빨리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요양보호사들은 요양원을 ‘고려장’이라고 불렀다.

[출처] "숨 멈춰야 해방되는 곳... 기자가 뛰어든 요양원은 '감옥'이었다"|작성자 YSL / 한겨레신문 2019.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