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洪 海 里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닐지니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
들리는 것도 듣지 못 하는 게
우리 사는 지금 여기
세상일지니
다 보고 다 듣는다면
그립고 아련한 것 없지 않으랴
아련하다는 것
그건 멀어서 별이다
아득하다, 사랑!
* 감상
그런 날이 올지도 몰라. 멀리 있어도 보이고 들리는
그런 날 있을지 몰라. 아무 데서나 보이고 들리는 사이로
사는 날에는 내가 아니고 당신도 아닐 텐데,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영 이별인 그날 우리는 이별인 줄도 모르고
이 세상 아닌 줄도 모르겠지.
당신을 다 보지 못하고 당신을 다 듣지 못하는 게
이 세상이라면 이대로 좋아. 당신 표정 애써 읽다가
당신 마음 한 조각 품는, 이것이 사랑이지. 내가 이렇게
사랑하면 사랑이지. 유행가고 보이는 시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서 피어난 그리움이지.
- 금강하구사람.
가을 속살
울긋불긋 깊게 물든 잎사귀 한 잎 들어 가을햇살 비춰본다.
철쭉, 단풍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사탕단풍나무(왼쪽부터).
-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동아일보 2019.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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