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洪 海 里 2019. 10. 31. 15:53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洪 海 里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닐지니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

들리는 것도 듣지 못 하는 게

 

우리 사는 지금 여기

세상일지니

 

다 보고 다 듣는다면

그립고 아련한 것 없지 않으랴

 

아련하다는 것

그건 멀어서 별이다

 

아득하다, 사랑!

 

* 감상

  그런 날이 올지도 몰라. 멀리 있어도 보이고 들리는

그런 날 있을지 몰라. 아무 데서나 보이고 들리는 사이로

사는 날에는 내가 아니고 당신도 아닐 텐데,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영 이별인 그날 우리는 이별인 줄도 모르고

이 세상 아닌 줄도 모르겠지.

 

  당신을 다 보지 못하고 당신을 다 듣지 못하는 게

이 세상이라면 이대로 좋아. 당신 표정 애써 읽다가

당신 마음 한 조각 품는, 이것이 사랑이지. 내가 이렇게

사랑하면 사랑이지. 유행가고 보이는 시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서 피어난 그리움이지.

- 금강하구사람.

 

                                                              가을 속살

 


울긋불긋 깊게 물든 잎사귀 한 잎 들어 가을햇살 비춰본다.

철쭉, 단풍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사탕단풍나무(왼쪽부터). 
 -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동아일보 2019.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