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천하酒遊天下
洪 海 里
다 내려놓고 길 떠나
저물녘 주막집에 닿으면
목로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잔에 시름 거둘 때,
'몰래 잠깐'이란 말 잔에 띄우고
가만히 바라보니
무언가 간지러운 것이 분명 있을 듯,
사랑 이전의 어떤 여린 것만은 아니라서
비린 것의 풋풋함을 지나
막 익어가는 맛도 날 법하건만,
붙박이가 아닌
흐름흐름 흐를 듯도 한
'몰래'라는 말에는 은밀하고 짜릿한 맛이
'잠깐' 속에는 자위와 위안이 들어 있어,
웃어도 혼자 웃고
울어도 홀로 우는 세상도
좋아라, 좋아라.
- 월간 《우리詩》 2021.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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