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소묘

洪 海 里 2020. 11. 18. 03:47

소묘

 

洪 海 里

 

 

장례식장 한구석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사내

 

아내를 먼저 보냈다

했다

 

눈썹에 소금꽃이 피고

어깨가 젖어

 

옆구리가 시렵게 흔들리고

등이 노을빛으로 휘청휘청했다.

 

 

 

용담꽃

 

洪 海 里

 

비어 있는

마당으로

홀로 내리는

가을볕같이

 

먼저 간 이를

땅에 묻고 돌아와

바라보는

하늘빛같이

 

이냥

서럽고 쓸쓸한

가을의 서정

 

슬픔도 슬픔으로 되돌아가고

아아

비어 있는 마음 한 자락

홀로 가득하다.

 

******************

 

용담龍膽

 

洪 海 里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돌아와 서성이는 텅 빈 안마당에

스산히 마른 가슴만 홀로 서걱이는데

소리치며 달리던 초록빛 바람하며

이제와 불꽃 육신 스스로 태우는 산천

서리하늘 찬바람에 기러기 떠도

입 꼭꼭 다물고 떠나버린 사람아

달빛에 젖은 몸이 허기가 져서

너울너울 천지간에 흐늑이는데

잔치집 불빛처럼 화안히 피어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하리라’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 용담의 꽃말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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