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정형무 시집 表辭

洪 海 里 2021. 10. 28. 16:43

表辭

 

정형무 시집

『닭의장풀은 남보라 물봉선은 붉은 보라』

 

정형무의 시는 외롭고 슬퍼서 순수하고, 순수해서 슬프고 외롭다.

재미있는 글도 읽지 않는 시대에 재미없는 시를 쓴다면 누가 읽겠는가. 

시인은 한 편의 시를 낳기 위해 최선을 다해 먹잇감을 잡는 사바나의 

맹수가 된다. 시는 도자기에 아무렇게나 그려낸 지두문指頭紋이 아니다.

정형무의 시는 슬픔, 외로움, 좌절, 죽음, 절망에 대한 인식이 순수하고 

따뜻한 정조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짜여져 있어 물을 마셔도 목이 마른 

세상에 생수 역할을 충분히 해내리라 믿는다.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유형 무형의 수많은 영향을 받아 세상에 나온 그의 시가 독자들의 가슴 

골짜기에 아름다운 메아리를 선사하길 바란다. 시 · 청 · 후각의 이미지가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드러내주는 시편들로 짜여진 시집이니 독자들에게 

감동의 파문을 남겨줄 것이 소소명명하다.

            - 홍 해 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