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어린아이 / 이령의 아침을 여는 시감상

洪 海 里 2022. 11. 5. 04:37

[이령의 아침을 여는 시감상]ㅡ2019.12.9.

 

어린아이

ㅡ 치매행致梅行ㆍ4
 
홍 해 리
 
 
아내는 어린애가 되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갈라치면
어느새 먼저 문밖에 나가 있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외출을 하면
왜 안 와?
언제 와?
늘 똑같은 두 마디
전화기 안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내가 자기를 낳은 어미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데
한평생 살 비벼 새끼 낳고 기른
죄 많은 지아비라서
나는 나이 든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가는
내게 매달려 한 마디 말은 없지만
그냥, 그냥, 말문을 닫고 웃기만 합니다.
 
* 시집: 『치매행 致梅行』 중/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사랑 고백
 
~~~~~~~~~~~~~~~~~~~~~~~~
 
 
* 시감상: 이 령(시인)
순애보인 동시에 참회록이다ㆍ
시집 『치매행致梅行』은 아내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지아비의 안타까운 심경을 노래한 작품집이다.
경전서후ㆍ금슬상화ㆍ해로동혈
부창부수의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랑의 결집이다.
남편 속에는 한 사람의 사나이가 있을 뿐이다. 아내 속에는 한 사람의 남자, 한 사람의 아버지,
한 사람의 어머니가 있으며 다시 한 사람의 여인이 있다던가?
여(여전히 소중하고)
보(보배로운) 당신!
을 향한 깊고 아픈 사랑 앞에서
숙연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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