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으악새 / 유시욱(문학평론가)

洪 海 里 2022. 11. 14. 09:04

      으악새

 

      洪 海 里

 

 

      바람에 일렁이는 은백의 머리칼
     아름답게 늙은 사람 고운 사람아
     저건 꽃이 아니라 차라리 울음이리
     낮은 곳으로 펼치는 생명의 비단이여
     구름으로 바람으로 굽이치는 만릿길
     끊일 듯 들려오는 향기로운 단소 소리
     가다가 돌아서서 넋을 잃고 바라보면
     수천수만 새 떼의 비상이네
     물보라 피우는 능선의 파도이다가
     풀밭에 달려가는 양 떼이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쓸쓸한 그리움이네
     산기운 모아 뽑는 허이연 기침소리
     저건 꽃이 아니라 차라리 울음이네.


* <으악새>에서도 양 감각의 이미지는 자유자재로 구사되어 있다. 억새풀 
같은 흔한 소재에서 참신한 상을 끌어내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생명의
비단에서 굽이치는 구름길이나 바람길, 새 떼의 비상, 물보라 이는 파도, 
양 떼로 이어지는 시각적 표상과 단소소리와 기침소리, 울음으로 연결되는 
청각 이미지만으로도 비극적 상념을 조성한다. 추호의 사변적 진술은 물론 
묘사를 통한 수식적 언술도 배제되어 있다. 이미지가 감각적이면서도 지적 
요소를 모두 구비한다고 할 때 객관적 상관물의 선택은 지적 요소에 해당
하는 시인의 기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 유시욱(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