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이태원공화국

洪 海 里 2022. 11. 6. 16:02

이태원공화국

 

洪 海 里

 

 

그날 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은 어디 가서 자고 있는지

공무원도 어느 곳을 산책 중이었는지

순진한 발자국만 골목마다 물밀듯이 모여들고

무정부시 해방구 해밀턴로 159엔 젊은 열정만 파도쳤다

풍랑 심한 밤바다 사공 한 사람 보이지 않고

거센 폭풍만 절벽을 때리고 있었다

 

일순

밀리고 떼밀리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나가넘어지고 쓰러지고

나뒤쳐지고 엎어지고 나둥그러지고 자빠지고 고꾸라지고

채이고 치이고 꺼꾸러지고 밟히고 넘어박히고 깔리고 

나가떨어지고 눌리고 덮이고~~~ 

 

"사람이 죽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절망의 세상에서

미쳐 피어보지도 못하고

낙화, 낙화, 죄없는 슬픈 꽃들이 파괴되고 있었다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아니다 사는 게 이런 건 아니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데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가

 

어찌 마지못한 사과만 있고 책임은 없는가

슬픔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국민의 지배자인 나리들만 있는 나라에 봉사자라니?

 

입만 열면 욕이 튀어나오고

하얀 통곡과 시커먼 눈물이 흘러내리는

무지한 백성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일은 해가 뜰 것인가

사랑하는 님이 오실까

아아, 정부는 어디 가고 국가는 어디 있는가!

 

 

 

 

* 홍철희 작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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