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임자 없는 귀신이 산다
洪 海 里
내 귀에는 소리싸움을 하는 귀신
귀의 신이 살고 있네
시도 때도 없이
우렁우렁 울어 쌓는 안귀신과 바깥귀신
말과 소리가 뒤엉겨 난장판이네
아프다는 말 하기 싫어서
그대에게 안부를 묻지 못하네
그냥 안밀하게 지낸다고
먼 하늘 바라보며 문안하노니
그대 창 밖에 흰 구름장 흘러가거든
내 기별이려니 여기시게나
그대 소식을 귀담아듣지도 못하고
귀넘어듣는 것도 아닌데
세상은 귀 밖으로 천리만리라네!
<시작 노트>
얼마 전부터 귀가 소란하기 그지없다. 의사는 이것도 나이 들어
얻은 축복이니 즐기면서 살라 하지만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대낮에도 귀가 어둡다. 대명천지에 어둠을 즐겨야 하는 내 귀의
설움이라니! 사실을 말하자면야 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
들을 만한 소리도 없다. 시끄러운 세상 귀 닫고 사는 게 오히려
편하지 싶기도 하다!
- 《포켓프레스》 2024. 8. 24.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 (3) | 2024.06.02 |
---|---|
자목련 (0) | 2024.05.31 |
시천詩泉 - 曉山 김석규 (5) | 2024.05.13 |
시집 증정 (3) | 2024.05.09 |
누구신가 그 젊은이 (2) | 2024.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