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洪 海 里 2024. 6. 18. 09:39

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洪 海 里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

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

"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

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

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

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

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 감상

  날린 생각 한 줌만큼 몸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몸이 중심을 잃고 허둥대면

누군가 달래 앉힌다. 그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날아가고 그가 짓는 웃음의 기억도

희미해진다. 점점 고요 … 고요해지면 속울음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이별하는 것 … 그 생각만으로 슬퍼진다. 슬프다는 것은 오지 않을 이별을

예감하고 우는 연습이다. 밖으로 내지 못하고 삼키는 울음의 형식이다. 그런 울음을

받아 적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섣부른 위로가 개입했는지 살필 일이다.

- 금강하구사람.

 

* 그림 : 이중섭. https://hand1096.tistory.com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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