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洪 海 里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
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
"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
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
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
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
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 감상
날린 생각 한 줌만큼 몸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몸이 중심을 잃고 허둥대면
누군가 달래 앉힌다. 그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날아가고 그가 짓는 웃음의 기억도
희미해진다. 점점 고요 … 고요해지면 속울음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이별하는 것 … 그 생각만으로 슬퍼진다. 슬프다는 것은 오지 않을 이별을
예감하고 우는 연습이다. 밖으로 내지 못하고 삼키는 울음의 형식이다. 그런 울음을
받아 적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섣부른 위로가 개입했는지 살필 일이다.
- 금강하구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