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목백일홍

洪 海 里 2024. 12. 23. 11:00

목백일홍

洪 海 里

 

 

어디선가

배롱배롱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해질녘 저 여자

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

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깔깔깔

서편 하늘로

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

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

제 마음 뜸 들일 새도 없이

추파를 흘리는 여자

자리자리 꺄륵꺄륵 거리며

포롱포롱 날아오르는

저 여자 엉덩이 아래에 깔리는 그늘도 빨개

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

내가 아닌가 몰라.

- 꽃시집 『금강초롱』(2013, 도서출판 움)

 

* 선운사 목백일홍(2022 우리詩 여름시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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