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詩> 해마다 이맘때면

洪 海 里 2005. 11. 1. 06:02

 

해마다 이맘때면

 

홍해리(洪海里)
 

꽃밭에 와 놀던 햇빛들이
빈 꽃밭의 허공에서
더욱 맑은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다.
머릿결마다 맑은 바람으로
한 해를 계산하지만
잠드는 산천의 하늘에는
허무의 허깨비만 날아다닌다.
아무도 손잡지 못하는
이 흔들리는 지구의 시간과
작별을 하고 있다.
무너지는 지구의 나무여,
지하의 시냇물에 발을 담근
늦은 저녁 먼 마을의 등불은
무엇을 밝히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12월의 바람결이 고와도
우리의 가슴에 남는 것은
무얼까 무얼까 외치는 그 소리뿐.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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