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법주사에서

洪 海 里 2005. 11. 9. 12:49




법주사에서


홍해리(洪海里)



 

가지고 온 것 하나 없어도
가슴은 마냥 풍성하다
눈을 닦아주고
귀를 씻어주는
저 빛나는 햇살과 겨울 물소리
미투표자를 호명하는
확성기의 요란한 울림
골짜기의 꿋꿋한 소나무숲을 쓰러뜨리고
석연지에 어리는 부처님 미소까지
휘젓고 있는 저 수유의 바람
산그늘 쏟아지는 뜰을 거닐다
돌아나오는 길
'물결 갈라지는 곳에서 이별하자'는
대사의 말씀
수정교 맑은 물에 고이 비치고
경내 가득 깔리는 풍경소리 소리
이 한가로움 속
우린 하늘에 뜬 흰 구름장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