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詩> 병술년에 한잔!

洪 海 里 2006. 1. 4. 12:08

병술년에 한잔!

洪 海 里

 


술친구여 한잔 걸치세
시시하게 잔술이나 마실 것인가
병술년에는 병술로 들이켜자고
술시가 되면 슬슬 술 생각이 나지만
술병 속에는 술병이 들어 있어
술을 들어 술병이 드는 법 아닌가
때로는 술이 술을 불러 오니
둔갑술 연금술 최면술 변장술 화장술
술이 술을 부리지 않는가
술독에 빠지면 술독이 올라
얼굴에 빨갛게 꽃이 피고

코에는 딸기도 맺히지
붓을 들면 햇살 내리꽂히듯
천하 명필 일필휘지 부럽지 않고
술병 속에는 둥근 종소리가 있어
둥글게 둥글게 퍼져 나가지 않는가
그러니 하늘엔들 못 오르겠는가
바다라고 건너지 못 하겠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이가 없지만
술은 초물에 취하고

사람은 훗물에 취한다네.

 

- 월간『牛耳詩』(2006.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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