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洪 海 里 2006. 5. 2. 04:49


洪 海 里



백로가 되면 투명한 이슬 구르는소리
백로 깃털처럼 가볍다
나무 속에서 나왔던 나무들
적막 속 적막으로 침잠하기 위하여
우듬지는 하늘 가까이 묵언으로 흔들리고
뿌리는 지층 깊이 말라 있다
고요를 허물던 나무들의 노역
천근만근 무겁던 몸도 매미 허물이다
달뜨지 마라 달뜨지 마라
조화는 혼돈 속에서 빛나고
세상은 불평등으로 평등하다
우주의 경전을 설법하고 있는 나무들
죽비가 된 나뭇가지 등짝을 내리치고
가을가을 해탈의 문으로 들어서고 있는
새와 물고기와 짐승과 벌레들아
세상의 모든 길은 내 발바닥에 있다.

 

 

(시집『봄, 벼락치다』2006)

'시집『봄, 벼락치다』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란정사  (0) 2006.05.02
한가을 지고 나면  (0) 2006.05.02
달개비꽃  (0) 2006.05.02
산적  (0) 2006.05.01
첫사랑  (0) 200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