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소금쟁이

洪 海 里 2006. 5. 2. 04:52

소금쟁이


洪 海 里


 


북한산 골짜기
산을 씻고 내려온 맑은 물
잠시,
머물며 가는 물마당
소금쟁이 한 마리
물 위를 젖다
뛰어다니다,
물속에 잠긴 산 그림자
껴안고 있는 긴 다리
진경산수
한 폭,

적멸의 여백!


 

-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 소금쟁이는 왜 소금쟁이인데 소금기 많고 너른 바다에 가서 살지 않고 그 비좁은 북한산 골짜기 물마당이나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얼마나 제 몸을 가볍게 비우고 비웠으면 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떠 있을까요.

무엇이 궁금하여 물을 저어보고, 뛰어다녀도 보다 산 그림자, 그 진경산수 한 폭을 껴안고 숨을 죽이고 있을까요.

아예 산그림자가 내려 오자 바다를 향해 서둘러 가던 계곡물도 흐름을 잠시 멈추고 고여 이룬 물 웅덩이,

그 위에 맴을 도는 소금쟁이!
오욕과 홍진에 오염된 이 지상에도 한 점 손타지 않은 그 웅덩이는 적멸의 여백이요 물 속 깊이 푸르게 잠겨 있는 하늘, 그 영원으로 떠나갈 수 있는 포구겠지요.

냄새를 맡아보면 엿 냄새가 나는 소금쟁이는 그 포구를 지키는 사공이거나 깊푸른 물속의 그 영원으로부터 날아오른 사신이거나...... <김석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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