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3

봄날은 간다 - - 치매행致梅行 · 57

봄날은 간다- 치매행致梅行 · 57  洪 海 里사랑이란 찰나의 찬란한 착각일 뿐치사하고 유치한 당의정처럼 달기만 해서때로는 속는 것도 달콤합니다속이고 속아주는 은밀한 재미한 번쯤 그 병에 걸리고 싶어눈멀고 귀먹어 안달도 합니다물불을 가리지 못하고밤낮 눈에 밟히는 허망의 그림자에발목을 잡히는 나날손톱여물 써는 밤이면창밖엔 흰 눈이 내리고바람은 꿈을 싣고 천리를 갔습니다눈 감으면 만리 밖그리움도 가슴속에 금빛으로 반짝이지만온몸에 열꽃이 피어가시거리 제로 상태잠들면 식은땀이 강물로 흐르고시정주의보가 내린 거리를무작정 달려가는 무모의 질주별은 희망처럼 멀리 있어 빛이 나지만사랑은 희미한 그림자일 뿐이라며나의 봄날은 자늑자늑 흘러갑니다.  * 이 시를 읽으며 장사익씨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흥얼거려본..

자벌레 <감상> 나병춘(시인)

자벌레   홍 해 리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허물고,다시 쌓았다무너뜨린다.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한평생의 길,山은 몸속에 있는무등無等의 산이다.   한 마리 자벌레를 본다.저 자그마한 몸뚱어리로푸른 산을 만들고바다를 만들고 벌판을 만든다.몸 자체가 길이고 강이고 시간이다.구부리면 산이 되고쫙 펴면 길게 뻗쳐 지평선이 된다.작은 몸 속에 도사린 우주를새로이 발견한 시인의 눈,끊임없이 쌓았다 무너뜨리는시詩의 산을'자벌레'로 은유했으리라.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저 꾸물꾸물한 움직임은그 얼마나 순정하고 맑고 눈물겨운가?無等의 산속 오솔길은또 얼마나 그윽하고 향기로운 것인가?그 어딘가 숨어있는 옹달샘은또 얼마나 새콤달콤할 것인가?몰래,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푸른 잎사귀 속에서꼼지락거리며 쬐끄만 자벌레들은자신의 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