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22

시집 『독종毒種』

2000년 들어 왕성한 시 작업 펼치는 홍해리 시인의 새 시집 『독종』 출간!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며 문단에 나온 홍해리 시인의 새 시집 『독종』이 출간되었다. 홍해리 시인은 최근 시선집 『시인이여 詩人이여』을 포함하여 15권의 개인 시집과 3권의 시선집을 펴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시단의 어른이다.스스로를 ‘식물성 시인’이라 칭하는 홍해리 시인은 꽃을 주제로 쓴 시만 해도 200편이 넘는다 한다. 그 이유가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신작로로 또는 산길로 다니면서 길가 밭에 들어가 따 먹은 목화 다래가 얼마이고 찔레순의 튼실한 줄기를 꺾어 껍질을 까고 대궁을 먹은 것이 얼마인지 모르기 때문이고, 또 양지바른 곳에 솟아 있는 삘기, 보리밥나무 열매, 오디, 버찌, 서리 내린 ..

홍해리 시인

홍해리 시인 난정기蘭丁記임 보 (시인)세이천洗耳泉 오르는 솔밭 고개바다만큼 바다만큼 난초蘭草밭 피워 놓고한란寒蘭, 춘란春蘭, 소심素心, 보세報歲흐르는 가지마다 그넷줄 얽어구름을 박차고 하늘을 날다빈 가슴에 시가 익으면열 서넛 동자놈 오줌을 싸듯세상에다 버럭버럭 시를 갈긴다.졸시집『은수달 사냥』(1988)에 수록되어 있는 「난초 書房 海里」라는 글인데 난정에 대한 인상을 8행의 짧은 시 속에 담아 본 것이다. 그가 난에 심취한 것은 세상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때는 남도의 산하를 매 주말 누비며 채취해 온 기천 분의 춘란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집보다 넓은 온실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蘭丁’이라고 칭호한 것이다. 그러니 난정이 난을 즐긴다는 것은 특별한 정보랄 것도 없다. 이 글의 핵심..

꽃무릇 천지

꽃무릇 천지 洪 海 里  우리들이 오가는 나들목이 어디런가너의 꽃시절을 함께 못할 때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서고나의 푸른 집에 오지 못할 때너는 내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라나는 너의 차꼬가 되고너는 내 수갑이 되어속속곳 바람으로이 푸른 가을날 깊은 하늘을 사무치게 하니안안팎으로 가로 지나 세로 지나 가량없어라짝사랑이면 짝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만나지 못하는 사랑이라서나는 죽어 너를 피우고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가나란히 누워보지도 못하고팔베개 한 번 해 주지 못한 사람촛불 환히 밝혀 들고 두 손을 모으면너는 어디 있는가마음만, 마음만 붉어라.

엽서

엽서洪 海 里시월 내내 피어오르는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천수관음처럼 서서천의 손으로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새벽 세 시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천의 눈으로 펼치는묵언 정진이나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는 것이뭐 다르리오마는삐약삐약! 소리를 내며눈을 살며시 뜨고말문 트는 것을 보면멀고 먼 길홀로 가는 난향의 발길이서늘하리니,천리를 달려가 그대 창문에 닿으면"여전히묵언 정진 중이오니답신은 사절합니다!"그렇게 받아 주십시오그러나아직 닿으려면 천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자란紫蘭 / 나병춘(시인)

자란紫蘭 나 병 춘  자란자란 자랑자랑자랑스레 꽃대를 올린다자랑자랑 자고 싶을 때 자고깨고 싶을 때 깨련다 지는 것이 피는 것이고 피는 것이 지는 것시인의 콧노래 흥얼흥얼 들리는 뒤란에자란자란 자장가처럼 그윽하게 펴자릉자릉 꿈나라를 저어가네 누가 들어도 좋고 듣지 않아도 무슨 대수랴세란헌* 외로운 창에 으스름달이 비추면나도 덩달아 갸웃 갸웃거리며일찍 깨어난 헛기침 소릴 엿들으리라소쩍이 소쩍소쩍 울어옐 적에나도 덩달아자릉자릉 자란자란소리도 없이 피고 지리라 ---*세란헌 : 홍해리 시인의 집. 洗蘭軒.

詩化된 洪海里 2024.09.28

명절 음식

명절 음식 洪 海 里  설이라고, 추석이라고몰려왔다 다들 돌아간텅 빈 집남은 음식만 집을 지키고 있다 떡국은 설날 함께 먹고송편은 추석에 나눠 먹어야 제 맛이지맛있는 음식도 제때가 있고제자리에 놓여야 제 격 아닌가 아들 며느리 손주들시끌벅적, 다 가고 난 후때 지난 음식을 꺼내놓고남은 자의 슬픔처럼 혼자 먹는 밥홀로 드는 술!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                                 임보 교수님과 절친이신 홍해리 털보시인님,                                잘 단장된 수염을 보고 나는 한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꽃을 피우느라                                열병을 앓았죠.                                     수년 동안 소식이 끊어진 지인을 만났는데                                   홍해리 시인님 시집을 받고 읽으며 역시 그런 분이구나.                                 부부가 백년 해로한다는 거.             ..

금강초롱

금강초롱♤ 꽃을 보면 이따금 떠오르는 시가 있다. 꽃시를 읽으면 갑자기 꽃이 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 금강초롱꽃을 보니 홍해리 시 「금강초롱」이 생각난다. 꽃이 쓴 시일까, 시가 피운 꽃일까, 마치 금강경을 읽는 듯해 감히 시말을 쓸 수가 없다. 시를 읽고 꽃사진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니 초롱초롱 내 속에도 꽃필까.  - 임교선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2024. 0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