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122

갯벌

갯벌 洪 海 里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女人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문학사) * 노을께 소를 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노을빛의 여인들은 하루해를 영글게 하고 고단하나 깊은 단잠 속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에 해가 뜰 무렵 햇살처럼 바닷속을 솟아오를 것임에 틀림없다. 여인네들이 몰고 가는 소는 더욱 노동과 힘의 줄기참이고 노을이 타고 있는 바닷속은 우리 삶의 터전인 저자 거리와 불빛 밝은 한 가정의 集積임이 분명하다면 이 단시 한편이 던져주는 삶의 감동은 저녁답의 갯벌과 노을빛이 가지는 함몰이나 스러짐이 아니라 힘찬 솟아오름의 한 前兆로서의 오히려 그 緊迫性과 생동감에 있을 것이다. 힘찬 소와 여인네의 살가운 손..

사랑

사랑 洪 海 里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국지성 집중 호우, 또는 회오리바람.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제목을 가지고 좋은 시로 이끌어내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읽으면서 아아, 탄성을 내질렀다. 번개 번쩍이고 천둥 치는 국지성 호우가 얼마나 강렬하고 열정적인가? 단 한마디도 남녀의 사랑론을 끌어들이지 않았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내세워 그 대상을 시인의 시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좋은 시란, 상관물을 전면에 내세워 이미지와 비유로 말 하고 그 본질은 숨겨두고 있는 이같은 작품이다. 보물찿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시인은 말이 없다. 나는 요즘 오십 중반의 나이에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있다. 어느 날 내 마음 한복판에 번개가 번쩍이고 뒤이어서 천둥치고 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