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춘 9

자란紫蘭 / 나병춘(시인)

자란紫蘭 나 병 춘 자란자란 자랑자랑 자랑스레 꽃대를 올린다 자랑자랑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련다 지는 것이 피는 것이고 피는 것이 지는 것 시인의 콧노래 흥얼흥얼 들리는 뒤란에 자란자란 자장가처럼 그윽하게 펴 자릉자릉 꿈나라를 저어가네 누가 들어도 좋고 듣지 않아도 무슨 대수랴 세란헌* 외로운 창에 으스름 달이 비추면 나도 덩달아 갸웃 갸웃거리며 일찍 깨어난 헛기침 소릴 엿들으리라 소쩍이 소쩍소쩍 울어옐 적에 나도 덩달아 자릉자릉 자란자란 소리도 없이 피고 지리라 *세란헌 : 홍해리 시인의 집 洗蘭軒

詩化된 洪海里 2022.05.07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시詩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한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행行과 행行 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말씀으로 서는 마을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큰 바다를 시의 마을로 삼는 시인. 시의 바다에 영혼을 기투하는 시인. 말과 말 사이에서 말의 위의를 예인하는 시인. 洪海里는 기표다. 그것은 결코 기의일 수 없다. 그것은 말과 말이 역동하는 순수한 시말의 비등점이다. 그것은 시말의 소생점인 바, 행과 행 사이를 마구 요동쳐 “詩의 나라”를 꿈꾸는 시..

난불蘭佛 - 洪海里 / 나병춘(시인)

난불蘭佛 - 洪海里 나 병 춘 홍해리 시인은 청년시절 난초를 만나러 오지까지 찾아다녔다 마침내 그는 난초에서 우러난 향으로 시집 스무 권을 묶었다 시집 향기가 온갖 사물에 스미어 모든 물상이 난꽃 향기로 보이고 들린다 마침내 그는 난불이 되었다 난에 날아든 나비와 더불어 춤추고 노래하는 한오백년에 둘도 없는 난향 가인이 되었다. * 2018. 5. 26. 제359회 우이시낭송회에서 林田 촬영 (도봉도서관 시청각실).

詩化된 洪海里 2018.05.23

洪海里와 林 步의「자벌레」감상 / 나병춘(시인)

자벌레 洪 海 里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다시 쌓았다 무너뜨린다. 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 한평생의 길, 山은 몸속에 있는 무등無等의 산이다. <감상> 자벌레를 본다. 저 자그마한 몸뚱어리로 푸른 산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고 벌판을 만든다. 몸 자체가 길이고 강이고 시간이다. 구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