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 가을 들녘 洪 海 里 다 벗으니 찬란하구나다 버리니 가득하구나 그 사이 길이 있어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길이 있어그 길로 누가 가고 있다 다 벗고다 버린홀로 가는 이가 있다 들녘은혼자서 가득히 빛나는구나. - '우이동 시인들' 제19집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1996, 작가정신, 값 3,500원)* 들녘 : 김성중 시인 촬영.(2024. 11. 07) 시화 및 영상詩 2024.11.08
귀가 지쳤다 / 뉴스 경남 2024.07.01. 뉴스 경남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 127 - 홍해리기자명 김효빈 기자 입력 2024.07.01.귀가 지쳤다홍 해 리 들을 소리안 들을 소리대책없이 줄창 듣기만 했다 늘 문이 열려 있어온갖 잡소리가 다 들어오니그럴 만도 하지 대문을 걸어 잠글 수 없으니칭찬 아첨 욕지거리 비난 보이스피싱까지수시로 괴롭히니 귀가 지쳤다 하루도 쉴 새 없이한평생 열어 놓고 줄곧 당한 귀의 노동이제 귀가 운다.- 월간 《우리詩》 1987 창간, 2024. 04, 430호 ◇ 시 해설감각을 받아들이는 눈은 뜰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어서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지만 귀는 늘 열려있어서 무의식 상태가 아니면 소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시인은 ‘들을 소리 안 들을 소리’를 줄창 듣기만하는 귀의 수동적 한계성을 말.. 시론 ·평론·시감상 2024.07.02
어버이날 어버이날 洪 海 里 줄줄이 늘어지게 매달린 아들 넷딸 넷여덟 자식들. 생전에아버지 어머니 얼마나 무거우셨을까등나무 꽃을 달면 눈물이 난다.- 시집『독종』(2012, 북인) 思母曲 서리에 스러진 갈대꽃을 보노라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사립문에 기대 선 백발 어머니를 더 이상 뵈올 수 없게 되다니작년 오월 장맛비가 한창이던 때였지가사(袈裟)를 전당 잡히고 쌀팔아 집에 돌아왔었는데. 霜殞蘆花淚濕衣, 白頭無復倚柴扉. 去年五月黃梅雨, 曾典袈裟糴米歸.―‘어머니를 그리며(사모·思母)’ 여공(與恭·송대 말엽) 서리 맞아 황량한 갈대숲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여읜 한 승려가 눈.. 시화 및 영상詩 2024.05.08
황태의 꿈 * 박성환 님의 글씨(2023.12.23. 페북에서 옮김). 황태의 꿈 洪 海 里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우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도 씻어버렸다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해가 뜨면 눈을 뒤집어쓰고 밤을 지새운 나의 꿈 갈가리 찢어져 날아가리라 말라가는 몸속에서 난바다 먼 파돗소리 한 켜 한 켜 사라지고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향기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 시화 및 영상詩 2023.12.24
꽃무릇 천지 꽃무릇 천지 꽃무릇 천지 洪 海 里 우리들이 오가는 나들목이 어디런가너의 꽃시절을 함께 못할 때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서고나의 푸른 집에 오지 못할 때너는 내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라나는 너의 차꼬가 되고너는 내 수갑이 되어속속곳 바람으로이 푸른 가을날 깊은 하늘을 사무치게 하니안안팎으로 가로 지나 세로 지나 가량없어라짝사랑이면 짝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만나지 못하는 사랑이라서나는 죽어 너를 피우고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가나란히 누워보지도 못하고팔베개 한 번 해 주지 못한 사람촛불 환히 밝혀 들고 두 손을 모으면너는 어디 있는가마음만, 마음만 붉어라. 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너는 내게로 와 꽃으로이 가을날 하늘은 사무치고안안팍으로 가량없어라팔베개 한 번 해주지 못한 사람너는 어디 있는가마음만 붉어라.꽃무.. 시화 및 영상詩 2021.09.22
망망茫茫 - 나의 詩 망망茫茫- 나의 詩洪 海 里 널관통하는총알이 아니라 네 가슴 한복판에 꽂혀한평생 푸르르르 떠는금빛 화살이고 싶다나의 詩는. - 시집『독종』(2012, 북인)'망망茫茫'이란 넓고 멀어 아득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바로 茫茫大海라 하지 않던가 요즘 시에 대한 내 마음과 생각이 그렇다 아득히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는 듯하다 차라리 忙忙했으면 좋으련만~~~ 지난해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는 것은 나를 망망대해에서 시의 가슴 한복판으로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의 詩'란 부제를 새로 붙였다금빛 화살로 망망의 한복판을 꿰뚫고 싶다2011. 01. 07. - 隱山.=======================* 詩란 무엇인가? 시는 대상/사물에 대한 사랑이다. 시는 자연/우주의 비밀을 찾아내 밝히는 ..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4.18
꿈꾸는 아이들 * 2012. 5. 5. 동아일보 주말 섹션에 게재된 손녀 서현. 꿈꾸는 아이들洪 海 里꿈속에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모두 투명한 날개가 달려 있어별에서 별로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아이들마다 눈에 별을 담아 반짝이고 아직 오지 않은 먼 내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귀는 꽃처럼 생겨 있었습니다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풀과 새들이 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름다운 시였습니다새들과 함께 꽃 속으로 들어가 놀고 있었습니다가슴에서 맑은 샘물이 솟고 있었습니다.향기로운 말을 쏟아내는 아이들 모두 시인이었습니다한평생 시를 쓴다는 내가 부끄러웠습니다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했습니다푸른 풀밭으로 굴렁쇠를 몰고 달리는 아이들손끝에서 지구가 뱅글뱅글 돌고 있었습니다비가 그친 풀밭에 쌍무지개가 피..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2.02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찔레꽃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찔레꽃 洪 海 里 너를 보면 왜 눈부터 아픈 것이냐흰 면사포 쓰고고백성사하고 있는청상과부 어머니, 까막과부 누이윤이월 지나춘삼월 보름이라고소쩍새도 투명하게 밤을 밝히는데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그 향기에, 빛깔에, 환심장할 겨를도 없이 어느새 찔레꽃의 계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늦은 봄 들녘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는 찔레꽃, 가시는 왜 또 그리 날카롭고 많았던지 땔감으로 쓸 엄두도 못 냈고, 그래서 봄마다 더 무성히 들녘을 수놓곤 했었지요. 아마 지금쯤은 흰 꽃잎도 노란 꽃술도 장맛비에 다 이울고 겨울날 새들을 위해 열매들 살찌우고 있겠지요. 그 찔레꽃이 한때 저..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2019.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