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7

시 쓰는 남자들끼리

시 쓰는 남자들끼리 李 生 珍 결국 노상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홍해리 시인과 나는 띠동갑이다 해리는 자칭 독사라 했고 나는 자칭 꽃뱀이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로 껴안고 길바닥에서 울었다 그럴 사정이 있었다 아내 때문인데 그의 아내는 지금 몇 년째 치매로 앓고 있고 나의 아내는 한두 해 앓다 갔다 그것 때문에 운 게 아니다 세상모르고 행복이 뭔지 모르고 아내가 뭔지 모르고 섬으로 섬으로 돌아다니며 해리 시인은 난초를 보고 나는 고독에 취해 섬으로 섬으로 떠돌다 아내를 잃은 것 같아 가다 말고 울어버린 것이다 둘이 껴안고 울다가 술집으로 들어가 막걸리를 권하며 흐느낀 것이다 말년에 무슨 날벼락이냐고 하지만 따뜻해지면 한 열흘쯤 섬으로 떠돌며 섬 타령이나 하자 했다 늦은 겨울밤 헤어지지 않고 손을 흔..

詩化된 洪海里 2019.04.13

<시> 금당도 · 洪海里 시인

금당도 · 홍해리 시인 이 생 진 金塘島 이 먼 곳에 와서까지 海里 시인을 생각한다 예쁜 섬 있으면 전화 걸라던, 그러면 쏜살같이 달려가마던 시인 우체국 앞엔 장거리전화에 따뜻한 숙소도 있어 02-904-6228 다이얼을 돌리면 금방 서울 우이동 그 사람 목소리 그러나 날씨가 분명치 않아 겨울 섬날씨는 서울 처녀 치맛자락처럼 변하는 걸 오라 해놓고 태풍이라도 일면 해리 당신은 녹동에서 사흘 나는 섬에서 나흘 아예 전화 않기로 했지 섬에선 약속이 안 되는 거 날짜가 있어도 섬안에서만 통하는 기준 해리 시인 그걸 알려면 예까지 와야 하는데 허나 이곳에 닿을 무렵 나는 소랑도에 가 있을 거요. - 시집『섬마다 그리움이』(1992, 우리글)

詩化된 洪海里 2007.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