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용 21

洪海里 시집『정곡론』/ 전선용(시인)

洪海里 시집『정곡론正鵠論』 전 선 용(시인) 洪海里 시인의 22번째 시집『정곡론』을 도서출판 움에서 출간했다. 시선집 4권을 포함하면 26번째 시집이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농사를 짓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詩를 지을 때마다 풍년이 들 수도 없거니와 설사 풍작이라고 하더라도 단을 묶어 추수하기까지 참으로 버거운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단 52년차 시인은 돈도 안 되는 시농사를 짓느라 매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나는 시인을 존경하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정곡론, 시인의 말에서 “한 편의 시는 칼이다.” 라고 피력한 바와 같이 그간 시인은 칼 다루기를 강호 무사처럼 야무지게 다루는 분이다. 함부로 휘두르지도 않지만, 휘두른 칼은 급소, 즉 정곡만 찌른다. 어설..

명자꽃

명자꽃 洪 海 里 꿈은 별이 된다고 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별과 별 사이 꿈꾸는 길 오늘 밤엔 별이 뜨지 않는다 별이 뜬들 또 뭘 하겠는가 사랑이란 지상에 별 하나 다는 일이라고 별것 아닌 듯이 늘 해가 뜨고 달이 뜨던 환한 얼굴의 명자 고년 말은 했지만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었지 밤이 오지 않는데 별이 뜰 것인가 잠이 오지 않는데 꿈이 올 것인가. - 시집 『황금감옥』(2008, 우리글) * 명자꽃은 귀신을 불러오는 꽃이라는 말이 있다. 기억을 불러오고, 사람을 과거 속에 서성이게 하는 꽃. 그래서 옛 선비들은 명자꽃을 마당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기억 속으로 잡아끄는 꽃의 힘. 기억 속으로 잡아끄는 것들이 다만 명자 꽃뿐이겠는가. 시인은 원래가 몽상가들이다. 시인의 몽상은 하늘 안 어느..

잠포록한 날 - 치매행致梅行 · 349

잠포록한 날- 치매행致梅行 · 349 洪 海 里   잠이 포로록 날아들 것만 같은 잠포록한 저녁시도 때도 없는 아내가 잠을 잡니다새실새실 웃으며 뭐라고 말을 합니다입술을 달싹이지만 알아들을 수 없어가만히 내려다봅니다매화가 핀 길을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시월 보름날마당에 나가 둥그렇게 비치는 달을마냥 올려다봅니다처녓적 아내의 젖무덤처럼달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내가 아내를 내려다보듯달도 나를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 감상홍해리 시인의 부인께서는 오랫동안 치매로 투병 중이다.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써내려간 시만 421편, 어쩌면 천 편 가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시편은 치매행 4권 째 수록된 작품으로 아내를 팔다- 치매행 · 400>도 같이 포함돼 있다. 아마도 어느 얼 나간 사람이 아내를 팔아서 시를 쓴..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표지와 감상평 / 전선용(시인)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 치매행致梅行 3집 <​시인의 말>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아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 詩답잖은 허섭스레기를 끼적거리느라 아내를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래도 소용없는 일이다 아내는 홀로 매화의 길을 가고 있다. 봄이 오면 눈은 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