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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海里 시집『정곡론』/ 전선용(시인)

洪海里 시집『정곡론正鵠論』 전 선 용(시인) 洪海里 시인의 22번째 시집『정곡론』을 도서출판 움에서 출간했다. 시선집 4권을 포함하면 26번째 시집이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농사를 짓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詩를 지을 때마다 풍년이 들 수도 없거니와 설사 풍작이라고 하더라도 단을 묶어 추수하기까지 참으로 버거운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단 52년차 시인은 돈도 안 되는 시농사를 짓느라 매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나는 시인을 존경하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정곡론, 시인의 말에서 “한 편의 시는 칼이다.” 라고 피력한 바와 같이 그간 시인은 칼 다루기를 강호 무사처럼 야무지게 다루는 분이다. 함부로 휘두르지도 않지만, 휘두른 칼은 급소, 즉 정곡만 찌른다. 어설..

명자꽃

명자꽃 洪 海 里 꿈은 별이 된다고 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별과 별 사이 꿈꾸는 길 오늘 밤엔 별이 뜨지 않는다 별이 뜬들 또 뭘 하겠는가 사랑이란 지상에 별 하나 다는 일이라고 별것 아닌 듯이 늘 해가 뜨고 달이 뜨던 환한 얼굴의 명자 고년 말은 했지만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었지 밤이 오지 않는데 별이 뜰 것인가 잠이 오지 않는데 꿈이 올 것인가. - 시집 『황금감옥』(2008, 우리글) * 명자꽃은 귀신을 불러오는 꽃이라는 말이 있다. 기억을 불러오고, 사람을 과거 속에 서성이게 하는 꽃. 그래서 옛 선비들은 명자꽃을 마당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기억 속으로 잡아끄는 꽃의 힘. 기억 속으로 잡아끄는 것들이 다만 명자 꽃뿐이겠는가. 시인은 원래가 몽상가들이다. 시인의 몽상은 하늘 안 어느..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표지와 감상평 / 전선용(시인)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 치매행致梅行 3집 <​시인의 말>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아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 詩답잖은 허섭스레기를 끼적거리느라 아내를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래도 소용없는 일이다 아내는 홀로 매화의 길을 가고 있다. 봄이 오면 눈은 녹는..

몸 -「치매행致梅行 · 249」/ 전선용(시인)

* 가슴 뭉클한 좋은 詩 한 편 몸 / 洪海里 세월을 버리면서 채워가는 헛 재산. 쌓고 또 쌓아 올려도 무너지고 마는 탑. - 《우리詩》 2018. 2월호. 「치매행致梅行 · 249」 〈감상평〉 위 시는 치매와 관련해 300여 편 '치매행'을 읊고 있는 홍해리 시인의 시편 중 249번째 시, 「몸」전문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홍해리 시인의 부인은 현재 투병 중이다. 짧지 않은 세월, 8년 동안 시인의 댁에서 직접 가료를 하고 있다. 주위에서 너무 힘드니까 요양원을 보내 치료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종용해도 노시인은 요지부동, 말을 걸면 눈을 깜빡이며 의사를 표시하는 부인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시인의 눈에서 회한의 시름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짐작조차 하기 힘든 고충의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