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잠포록한 날 - 치매행致梅行 · 349

洪 海 里 2018. 11. 24. 03:44

잠포록한 날

- 치매행致梅行 · 349


洪 海 里




잠이 포로록 날아들 것만 같은

잠포록한 저녁

시도 때도 없는 아내가 잠을 잡니다

새실새실 웃으며 뭐라고 말을 합니다

입술을 달싹이지만 알아들을 수 없어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매화가 핀 길을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시월 보름날

마당에 나가 둥그렇게 비치는 달을

마냥 올려다봅니다

처녓적 아내의 젖무덤처럼

달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내가 아내를 내려다보듯

달도 나를 가만히 내려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