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17집『신부여 나의 신부여』
시작 노트
나는 시만 쓸 테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시만 쓸 테니까. 벌레처
럼 쓸 테니까. 이제 겨우 1천 5백 편, 시 3천 편은 쓰고 가야 하
는데, 이제 겨우 1천 5백 편. 부끄럽다. 시는 몸과 마음의 기행인
데 시 3천 편이면 뭔가 보일 것도 같다.
'저 산 너머 저 멀리에는…….'
칼 붓세, 나는 아직 그 경지에서 소년시절의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 李生珍
사랑 노래나 부르고 절절히 기도나 하려 했는데, 이번 17집은
여느 때보다도 우중중한 레퍼토리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아무리 딴청을 부리려 해도 시 역시 속 뵈긴 마찬가지인가 보
다.
현재의 내 생활이 그 꼬락서니이니 하는 수 없지.
- 채희문
금빛 착각 속에서
봄은 착각의 계절, 허기의 계절이다. 살아 있음이 착각 그 자체
이다. 배가 고프고 마음이 고프다. 봄은 금빛이다. 금빛으로 터진
다. 참새도 새벽부터 금빛으로 운다. 배고픔도 그리움도 모두 금
빛이다. 허기가 지기 때문에 멀리 아지랑이가 피어 일렁인다. 노
랗게 타고 있다.
멧새 한 마리 날아와 산수유꽃을 물고 있다. 참새들도 개나리꽃
을 물고 있다.
세상이 모두 금이다. 어떤 사람은 금이요, 어떤 사람은 금의 금
이요, 어떤 사람은 금의 똥이요, 또 어떤 사람은 똥의 똥이다.
새로 돋는 풀잎이나 나무이파리가 꽃보다 황홀한 착각으로 피
어난다.
개나리꽃 속에, 산수유꽃 속에 신방을 차리고 개나리꽃이 되고
산수유꽃이 되는 꿈으로 이 봄을 보낸다. 냉수 한 사발 들이켜고
하늘을 본다.
- 洪海里
<俗離山詩>로부터 <又下亭記>까지 8편은 人物詩들이다. 실
제의 人物이 모델이 된 것도 있고 내가 만들어 낸 人物들도 있
다.
<바구미> 이하 散文詩들은 說話詩로 시도된 것들이고 나머지
는 雜詩들이다. 그동안 선보였던 四短詩와 仙詩는 이번 호에 쉬
기로 한다.
- 林 步
'『우이동詩人들』1987~199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이동 시인들> 제18집 시의 네 단계 / 임보 (0) | 2008.07.07 |
---|---|
<우이동 시인들> 제17집 '처음으로 함께 쓰는 후기' (0) | 2008.07.07 |
<우이동 시인들> 제17집 합작시「우이동 시인들의 술」1994 (0) | 2008.07.07 |
<우이동 시인들> 제17집 북한산에서 한라산까지 / 이생진 (0) | 2008.07.07 |
<우이동 시인들> 제16집 후기 '다시 가을에 서서' / 洪海里 (0) | 2008.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