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친구를 찾아서

洪 海 里 2010. 2. 7. 17:39

 

친구를 찾아서

 

洪 海 里

 

 

먼저 간 친구를 찾아 산을 오르는데

도랑가 물봉선화가 빨갛게 피어

개울개울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참나무 그늘을 밝히고 있었네

오래 전에 가신 어머니 곁

쑥 억새 바랭이 방가지똥

얼크러져 부산을 떠는 자리

때늦은 꿩이 한번 울고 갔다

'얼굴을 만들어야지' 하며 바쁘던,

평생을 뛰면서 살다 가버린 친구

작은 돌 하나 뉘어 놓고 잠들었네

좋아하던 소주 한잔 따라 놓고

북어포 하나 앞에 펼치니

친구는 왜 왔냐며 반기는 듯,

마음만 부자였고

늘 빈 세상을 살았던 친구

한세상 사는 일이 무엇이라고

더 살아 다를 것이 없었던 걸까

참나무 그늘이 짙어 시원한데도

꽤나 마신 술에 얼굴이 벌개져서

우리는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도랑도랑 흐르는 물소리 따라

두런두런 산길을 내려올 때

물봉선화도 빨갛게 취해 있었네.

 

 * '얼굴을 만들어야지'는 황도제 시인의 시집 제목임

- 시집『비밀』(2010, 우리글)

'시집『비밀』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저런 시[切言]詩   (0) 2010.02.07
<시> 반성  (0) 2010.02.07
<시> 11월, 낙엽  (0) 2010.02.07
<시> 비밀  (0) 2010.02.07
<시> 억새 날다  (0) 2010.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