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안개 - 치매행致梅行 · 13

洪 海 里 2014. 2. 21. 05:14

안개

- 치매행致梅行 · 13

 

洪 海 里

 

 

 

안개가 짙어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이 안 보이니 길이 없습니다

너에게 내가 없고

내게 네가 없습니다

한평생 누구에게나 가지 못한 길이 있고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할 길이 있습니다

쉬운 길도 편한 길도 있었지만

먼 길을 돌아, 이제

자갈길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생각해도

길은 안개에 갇혀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빛이 너무 밝으면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듯

안개가 짙으면 길이 보이지 않아

청맹과니 하나 칠흑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