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집『치매행致梅行』표사 / 이무원(시인)

洪 海 里 2015. 2. 26. 16:19

시집『치매행致梅行』表辭

 

부인이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외손뼉을 치며 칠흑 같은 밤을 가고 있는 것은

평생 詩만 찾아다니느라 바빴던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더하여

하늘도 감동하고 땅도 감동하고 사람도 감동할 시 쓰라고

자신의 몸을 내놓아 소신공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에 화답하듯 남편은 아내에게 못 다한 사랑과 자책, 반성과 기원으로

백오십여 편의 절절한 시를 써서 시집으로 엮어 내니

아름답기는 하나 가슴이 아프고 아리다.

이 시집은 어린아이가 된 아내를 데리고

절해고도絶海孤島로 유배된 시인의 절절한 일기장이요,

대답 없는 생의 무게를 두드리고 두드리는 목탁 소리로 읽힌다.

그리고 면벽 참선에 든 시인의 구도의 발자국이 보인다.

                                                  - 이무원(시인)

 

 

* 이 글은 이무원 시인이 지난 4월 17일 영면하기 전에 내게

남긴 마지막 글이 되었다.

좀 더 오래 살면서 좋은 시를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친구의 명복을 빌 다름이다.     

                                       - 洪海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