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미로
- 치매행致梅行 · 162
洪 海 里
어쩌자고 아내는
막막한 미로를 자유로이 헤매는지
뒤따르는 나는
벽에 부딪쳐 하루의 일수도 못 받고
긁히고 까지기가 일쑤입니다
출구가 없는 막다른 골목길은
춥고 멀어 끝이 없지만
참고 가는 수밖에 길이 없습니다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는 아내의 나라는
아무 이상 없는데
내 세상은 그냥 굴러가는 일이 없고
가슴속 바윗덩어리 너무 커서
백야의 꿈자리는 늘 사납습니다
자는 둥 마는 둥 자다 깨다 날이 새면
얼굴에도 마음에도 그늘이 무겁습니다
아무리 받걷이를 잘 해도
때로는 휙! 하니 돌아서는 아내
불길이고 물길입니다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가무룩가무룩합니다.
- 월간《우리詩》(2015.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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