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막막미로 - 치매행致梅行 · 162

洪 海 里 2015. 6. 2. 05:09

막막미로

- 치매행致梅行 · 162

 

洪 海 里

 

 

 

어쩌자고 아내는

막막한 미로를 자유로이 헤매는지

뒤따르는 나는

벽에 부딪쳐 하루의 일수도 못 받고

긁히고 까지기가 일쑤입니다

출구가 없는 막다른 골목길은

춥고 멀어 끝이 없지만

참고 가는 수밖에 길이 없습니다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는 아내의 나라는

아무 이상 없는데

내 세상은 그냥 굴러가는 일이 없고

가슴속 바윗덩어리 너무 커서

백야의 꿈자리는 늘 사납습니다

자는 둥 마는 둥 자다 깨다 날이 새면

얼굴에도 마음에도 그늘이 무겁습니다

아무리 받걷이를 잘 해도

때로는 휙! 하니 돌아서는 아내

불길이고 물길입니다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가무룩가무룩합니다.

 

 

 

- 월간《우리詩》(2015.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