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밥상머리 - 치매행致梅行 · 163

洪 海 里 2015. 6. 23. 04:44

밥상머리

- 치매행致梅行 · 163

 

洪 海 里

 

 

도담도담 자라던 아기

반찬 투정 부릴 때처럼

 

맛있는 것 맛있다 말도 못하고

맛없는 것 맛없다 말도 못하는

 

께적께적 억지로 떠 넣는 숟가락질

밥알을 세다 사달이 나는

 

밥밑으로 검은콩에 작두콩까지 넣어도

아내의 입맛 하나 맞추지 못하는

 

나는 맛을 낼 줄도 피울 줄도 모르고

맛부리는 일에 멀기만 한 사내

 

도나캐나 먹으며 살던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던 때

 

밥상머리 앉으면

그립구나 그 시절.

 

 

 - 《다시올文學》2015.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