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소일거리 - 치매행致梅行 · 164

洪 海 里 2015. 6. 24. 04:19

소일거리 

- 치매행致梅行 · 164

 

洪 海 里

 

 

 

나 심심할까 봐

아내는 부러 일을 만든다

이런저런 잔일로 내 잔일殘日이 바쁘다

 

보물찾기하듯

빈틈이 움켜쥐고 있는 휴지뭉텅이도 찾아내고

여기저기 그려논 벽화도 지우며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듯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오늘도 날이 저물고

몸은 콩가루처럼 피곤하다

삶이란 네가 나를 삶고

내가 너를 지지고 볶는 것 아닌가,

아닌가

 

맛이 간 내 생의 어느 날

꿈속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별이 반짝일지 모르지만

도남圖南의 날개가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영원한 친구들》(211호, 한미우호협회 2015. 11.)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