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멍하다 - 치매행致梅行 · 268

洪 海 里 2017. 8. 2. 16:57

멍하다

치매행致梅行 · 268


洪 海 里





"나, 나갔다 올께!" 해도

아내는 멍하니 올려다보기만 합니다


나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돌아섭니다

아내의 말 없는 말을 번역할 수가 없어


나는 반역자처럼 아내 곁을 매암돌다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집 안의 해인 '우리집사람', 나의 아내여

어찌하여 내 뒷덜미도 쳐다보지 않는가


얼빠진 내가 허공에 떠서 흔들립니다

빛, 살, 볕이 없는 해가 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