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다
치매행致梅行 · 268
洪 海 里
"나, 나갔다 올께!" 해도
아내는 멍하니 올려다보기만 합니다
나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돌아섭니다
아내의 말 없는 말을 번역할 수가 없어
나는 반역자처럼 아내 곁을 매암돌다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집 안의 해인 '우리집사람', 나의 아내여
어찌하여 내 뒷덜미도 쳐다보지 않는가
얼빠진 내가 허공에 떠서 흔들립니다
빛, 살, 볕이 없는 해가 지고 있습니다.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마의 노래 - 치매행致梅行 · 270 (0) | 2017.08.07 |
---|---|
늙마의 길 - 치매행致梅行 · 269 (0) | 2017.08.06 |
이제 그만 - 치매행致梅行 · 267 (0) | 2017.07.30 |
씹어 삼키다 - 치매행致梅行 · 266 (0) | 2017.07.28 |
밑이 빠지다 - 치매행致梅行 · 265 (0) | 2017.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