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늙마의 길 - 치매행致梅行 · 269

洪 海 里 2017. 8. 6. 23:35

늙마의 길

- 치매행致梅行 · 269


洪 海 里




나이 들어도 나일 먹어도

기쁜 것은 기쁘고  슬픈 건 슬픔이듯

늙어도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여전히 싫기 마련입니다

오늘 아내가 중환자실에 들었습니다

앵앵대는 구급차를 타고

당당히 한일병원에 입성했습니다

다섯 시간 동안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습니다

환자는 의사의 실험대상입니다

이것을 해 보자 하면 따라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두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빙 둘러싸인 채 모처럼 아내는 호강을 누렸습니다

다들 돌려보내고 나서

코에 끼운 관[tube]으로 저녁을 때우고

고롱고롱 잠이 들었습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CT, X-ray, MRI 촬영이 힘들었나 봅니다

병상 옆 긴의자에 나란히 누워

매화동산으로 산책을 나가다 보니

입원 첫날밤이 희붐하니 새고 있습니다.


-《불교문예》(2017. 가을호)


* 2017. 8. 6. 앰뷸런스로 한일병원 응급실로, 중환자실로, 일반 병실로 옮김.
   8. 14.(월) 411호실에서 퇴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