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에
- 치매행致梅行 · 293
洪 海 里
그대가 오기 전부터 나는 흥분했었네
그대의 고운 발목을 잡고 옷을 벗기고
시체에 달려드는 하이에나같이
때로는 독수리 떼처럼
살부터 내장까지 피 한 방울 뼈 한 개 남기지 않고
알뜰히도 먹어치웠네
가을은 아예 없었네.
산에는 낙엽이 지고 계곡엔 물이 말랐네, 이제
산에 오르기도 힘이 드는데
벗을 것 다 벗고 버릴 것 다 버려야지
적빈한 마음 하나로 깊은 잠에 들어야지
찬 이슬에 씻은 영혼,
푸른 하늘 흰 구름장과 가지 끝 까치밥 한 개
적막 속으로 침잠해야지 가을이 가기 전에.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을 보며 - 치매행致梅行 · 295 (0) | 2017.10.21 |
---|---|
한치 앞이 어둠 - 치매행致梅行 · 294 (0) | 2017.10.20 |
그믐밤 - 치매행致梅行 · 292 (0) | 2017.10.15 |
쓸쓸한 비 - 치매행致梅行 · 291 (0) | 2017.10.15 |
사과를 깎으며 - 치매행致梅行 · 290 (0) | 2017.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