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겨울이 오기 전에 - 치매행致梅行 · 293

洪 海 里 2017. 10. 19. 04:49

겨울이 오기 전에

 - 치매행致梅行 · 293


 洪 海 里

 

  


그대가 오기 전부터 나는 흥분했었네

그대의 고운 발목을 잡고 옷을 벗기고

시체에 달려드는 하이에나같이

때로는 독수리 떼처럼

살부터 내장까지 피 한 방울 뼈 한 개 남기지 않고

알뜰히도 먹어치웠네

가을은 아예 없었네.

 

산에는 낙엽이 지고 계곡엔 물이 말랐네, 이제

산에 오르기도 힘이 드는데

벗을 것 다 벗고 버릴 것 다 버려야지

적빈한 마음 하나로 깊은 잠에 들어야지

찬 이슬에 씻은 영혼,

푸른 하늘 흰 구름장과 가지 끝 까치밥 한 개

적막 속으로 침잠해야지 가을이 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