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환영과 환청 - 치매행致梅行 · 301

洪 海 里 2017. 12. 16. 11:04

환영과 환청

- 치매행致梅行 · 301


洪 海 里




서울이 얼어붙었습니다

눈이 내리고 영하 18도

나도 시퍼렇게 곤두박질칩니다

아내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게 보입니다

문 열고 나오는 발자국 소리 들립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미끄러운 거리를 걸어다니다

포장마차 문을 밀치고 들어갑니다

금세 입도 따뜻하게 녹고

속까지 훈훈해져

마음이 다 풀렸는데

까짓 영하 날씨가 별것이겠습니까

따끈한 어묵과 소주 한 병의 어슬녘

아득하고 어둡고

그윽하고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