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우거짓국

洪 海 里 2018. 2. 21. 15:22

우거짓국


洪 海 里





우거지상이라 욕하지 마라

봄은 아직 멀고

따끈한 국물이 그리운 2월 하순

달아난 입맛을 살려 줄 국 한 대접

김칫독에 널브러져 있는 우거지

국물이 푹 배어 있는

허연 골마지는 헹궈 버리고

고루고루 양념을 해 끓여낸 우거짓국

우중충한 날씨를 거두어 주는

우멍거지 같은 배추 떡잎과 겉대

깔보지 마라

막걸리 한잔,

구수한 국물에 금세

무거운 겨울은 가고

가벼운 봄이 와도

우거지는 여전히 입맛 당긴다.



* 2018. 2. 24. 도봉도서관 시청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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