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이별 - 치매행致梅行 · 354

洪 海 里 2018. 12. 4. 04:27

이별

- 치매행致梅行 · 354


洪 海 里




이별은 이 별을 떠나

하늘에 불을 밝히는 것


등 하나 만들어

허공에 다는 일


어느 날 문득

없던 별 하나 반짝이고


밤하늘에 그리움 엮는

늙마의 나날


등 하나 만들어

별로 띄우는 연습을 하네!




검은 바닷물이 모든 밝음을 빨아들이고 나면 
물에 녹아버릴 하얀 글씨를 모래에 써 봅니다. 
잊는다 못 잊는다 온전히 사랑한다. 
햇빛 비추고 모래가 하얘지면 지워질 시를 
새하얀 글씨로 허무하게 허무하게 흘려봅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시: 조지훈 ‘민들레꽃’.(동아일보 2018. 12. 6.)


민들레꽃

 조 지 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
距離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