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바람의 말

洪 海 里 2005. 11. 19. 06:47
바람의 말
홍해리(洪海里)
 

혀끝에 불꽃을 물고 있는 사람아
그 사람 살 속에 집 한 채 세우고
한 오백 년 꿈인 듯 살고 싶어라
한 오십 년 살고 나니 욕심만 느네
삶이란 섞이면서 섞으며 사는 일
살 풀고 몸을 섞어 기운을 모아
네 속에 녹아들고 녹으면서 사는 일
너를 안고 강물 되어 흐르고 싶어라
천년 만년 굽이 굽이 흐르고 싶어라
너도 몰래 네 속을 들락이는 나
높고 낮고 깊고 넓고 밝고 어둔 곳
어딘들 내가 네게 없더냐
때로는 하늘로 땅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진달래 복사꽃 녹아나는 들찔레
아카시아 밤꽃 피어 까물치는 밤마다
날새도록 철썩이는 파돗소리
언젠들 내가 네게 없더냐
짧고 길게 강하고 여리게
비 몰아 구름 몰아 쏟아붓고져
빠르고 강하게 여리고 느리게
느리게 빠르게 여리게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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