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2 3

산책 / 2022서울지하철詩

산책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 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 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 줄 줄만 아는 산 책에 줄을 대고 한없이 풀어 주는 고요를 돌아보라 줄글도 좋고 귀글이면 또 어떤가 싸목싸목 내리는 안개, 그리고 는개 온몸이 촉촉이 젖어 천천히 걸어가면 산 책 속에 묻히리니, 입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 인생은 짧고 산책은 길다.

만첩홍도萬疊紅桃

만첩홍도萬疊紅桃 방 수 영 당신은 전생에 내가 다 읽지 못한 만 장의 책 발길 닿지 않는 산중에서 나를 기다리다 이생까지 넘어온 만 겹의 꽃 당신을 읽지 않고서는 다음 생으로 넘어설 수 없는 봄밤 이슥하도록 책장을 넘겨도 다시 만 장, 만첩이 되고야 마는 당신은. * 萬疊白梅 만첩백매萬疊白梅 洪 海 里 내가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그대가 날 맞이할 마중물을 마련케 함이려니 서두르지 마라 매화가 꽃봉오리를 한꺼번에 터뜨리지 않듯 느긋하게 기다리거라 우주가 열리는 찰나를 노량노량 기다리거라. 눈독 들이면 꽃은 피지 못하느니 지구가 도는 소리가 들리는가 우주가 움직이는 걸 느끼는가 나비가 날 듯 지구는 돌고 우주의 반딧불이 별들은 꽃이 필 때마다 반짝반짝 반짝이느니. 꽃 한 송이 속에는 사계가 들어 있어 꽃잎 ..

詩化된 洪海里 2022.12.02